당뇨(1)
혈액 속의 당(혈당)이 정상보다 높은 상태를 고혈당(hyperglycemia)이라고 하는데, 이 고혈당이 지속되는 병적인 상태를 당뇨병(diabetes mellitus, DM)이라고 합니다. 원래 혈당도 필요에 따라서 신체가 알아서 올리고 내리고 합니다. 그런데 혈당이 낮을 때 올리는 호르몬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높을 때 낮추는 호르몬은 인슐린 한 가지뿐이라는 것이 비극의 씨앗입니다.
하나님이 가난해서 못 먹는 사람들만 예뻐하고, 항상 배부른 부자들은 미워해서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의학에서는 기아가설(starvation hypothesis)로 설명합니다. 인류가 영양과다로 고생한 것이 100년이 못됩니다. 주구장창 배고픈 상태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기아에 대한 적응을 한 것이라고 한답니다. 충분히 먹지 못해 혈당이 낮은 상태로 오랜 기간 지내왔기 때문에 낮은 혈당을 올려야 하는 경우는 많아도 높은 혈당 낮춰야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었다는 뜻입니다.
이 가설이 맞는지 틀린지 전 모릅니다. 진화의 시간으로 보면 100년은 '눈 깜짝할 새'에 해당합니다. 앞으로 인류가 배부른 상태에 적응할 때까지 멸망하지 않고 살아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때까지 살아있을 지도 의문입니다.
사람들은 인슐린(insulin)이 부족하면 당뇨병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대부분의 당뇨환자는 핏속의 인슐린 농도가 정상인에 비해서 낮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정상에 비해서 인슐린 농도가 높은 경우도 많습니다. 말하자면 몸 속에 인슐린은 넘치는데 당뇨환자인 경우입니다. 그러므로 인슐린이 부족한 것이 당뇨병의 원인이라는 말은 맞는 말이지만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인슐린같은 호르몬을 포함하여 신체의 모든 물질들은 각자 맡은 역할이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역할 제대로 못하는데 옆에서 다른 넘들이 대신 해주는 것마저 없다면 병 생긴다는 뜻입니다. 혈당이 너무 높아서 그거 낮춰야 하는데 그 일 하는 인슐린이 부족해서 또는 아예 없어서 당이 높은 경우도 있지만, 인슐린은 충분한데 갸네들이 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늬만 인슐린인 경우에도 당뇨병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같은 부서에서 같은 일 하는 사람들도 능력면에서 다들 다릅니다. 혼자서 두 사람 몫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 반도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호르몬도 그렇습니다. 똑같은 인슐린이지만 당 내리는 능력면에서 같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것만 있습니까? 자신은 아무리 잘 하려고 해도 또 능력 있어도 협조해야 할 다른 부서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일 그르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 몸이라고 다르지는 않습니다. 인슐린은 당 내리려고 열심이지만 신체가 그 인슐린의 역할을 거부해버리는 경우에도 고혈당 생긴다는 뜻입니다.
인슐린이라는 호르몬 1단위가 할 수 있는 자신의 역할(혈당 내리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같은 사람에게서도 상황에 따라 또 다릅니다. 그래서 무슨 이유에서든 인슐린의 혈당 내리는 능력이 줄어드는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당뇨 생길 수 있다는 것이죠.
인슐린이 아예 없다면, 즉 체내에서 인슐린을 전혀 생산하지 못한다면 당뇨 발생하는 거야 당연할 것입니다. 그런데 인슐린을 무지 많이 만드는데도 능력없는 놈들만 만들어낸다면 그 또한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대신 많이 만들어내기만 한다면 그런대로 버텨나갈 수 있습니다.
사람 90명 수송하는데 45인승 버스는 2대만 있으면 되지만, 9인승 봉고는 10대가 있어야 합니다. 봉고 100대가 필요할지라도 필요한 차량만 확보할 수 있으면 목적은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2인승 승용차일망정 45대를 확보할 수 있다면 90명 수송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차량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능력없는 놈들일망정 조금은 일을 하니까 대신 왕창 만들면 된다는 뜻입니다.
위의 경우 버스를 인슐린에 비유한다면 정상인은 인슐린 2단위만 있으면 됩니다. 하지만 능력이 떨어지는 인슐린을 생산하는 사람이라면 대신 인슐린 10단위를 생산해야 합니다. 대가리 수는 많지만 하는 일은 없는 별 볼 일 없는 넘들이기 때문에 대신 왕창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문제는 체내에서 어느 한계 이상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공장 풀가동해도 생산량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기존의 시설 확장하지 않는 한 그렇습니다.
허우대 멀쩡한 인슐린의 능력이 저하한다는 것은 그 인슐린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인슐린의 작용을 받아들여야 할 신체가 그 역할을 거부해버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능력이 뛰어난 인슐린이건 아니건 인슐린의 분자구조에는 차이가 없으며 그래서 겉에서 관찰해서는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인슐린이 우리 몸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의 작용을 하는데 있어서 몸이 그 작용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현상을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라고 표현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있다면 인슐린 1단위 당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양의 일 하려면 대신 많이 생산해야 합니다. 따라서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경우 혈중 인슐린 농도는 상승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있어서 인슐린의 농도가 정상보다 증가해 있더라도 필요량 이상으로 생산할 수 있다면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전에도 언급했었지만, 아무리 많이 요구해도 그 이상 충족시켜줄 수만 있다면 병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인슐린 저항성이 있다는 것만 가지고 당뇨병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많든 적든 필요한 인슐린의 양을 다 충족하지 못할 경우 당뇨가 생기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아직 당뇨는 아니지만 인슐린의 농도가 정상보다 증가해 있는 사람들은 인슐린 저항성을 가진 비당뇨환자들이며, 이들은 머지않아 당뇨가 발병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자들에서 혹시 생길 지도 모르는 당뇨를 미리 예방하는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확립된 방법입니다. 당뇨를 완전히 예방하거나 또는 생기더라도 되도록 늦게 생기게 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도 약입니다. 하여간 의사새끼들은 나쁜 넘들입니다. 리베이트 받아 처먹으려고 약만 처방하니. 그런데 이 방법도 우리나라에서 연구한 방법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의사들은 다 나쁜 넘들인가 봅니다.
인슐린 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그 저항성의 세기가 각각 다릅니다. 첨에는 없었던 저항성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 말은 일단 저항성이 발생한 후에도 저항성의 세기가 점점 커져간다는 뜻이겟지요. 그리고 저항성이 클수록 더욱 더 많은 인슐린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것도 이해되실 거구요.
아까도 말했었습니다만, 아무리 많이 요구해도 그거 다 만들어 공급하면 됩니다. 그런데 생산량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죠? 우리 몸에서 인슐린 생산하는 공장은 이자(췌장, pancreas)입니다. 그거 하나 더 이식해 주기 전에는 생산공장 확장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결국 공장 풀가동해도 요구량 맞추지 못할 정도로 저항성이 증가하면 당뇨환자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