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5)
당뇨환자 중에는 인슐린생산공장이 모두 파괴되어버려서 아예 인슐린을 생산할 수 없는 상태인 환자도 있습니다. 어릴 때 발병하는 1형 당뇨병(IDDM)과 갈 데까지 가버린 일부분의 2형 당뇨병환자(의사 말 듣지 않은 환자)들이 해당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인슐린의 품질을 개선시키는 약이나 생산공장에 압력을 가하는 약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거 이해되실 겁니다. 그런 경우에는 인슐린과는 관계없이 작용을 나타내는 약들은 사용해볼 수 있으나 대개의 경우 그것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으며, 그래서 외부에서 인슐린을 공급해주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평생 동안.
각각의 약들은 그 효과의 정도가 다양합니다. 당연하죠. 그러므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가장 적합한 약을 의사가 고르게 됩니다. 물론 한 가지부터 시작해보겠죠. 그리고 안 되면 추가하고. 가장 먼저 추천하는 약은 대부분 저장창고로부터 당을 배출하는데 관여하는 약입니다. 바이구아나이드(bigauanide) 계통에 속하는 메트포르민(metformin)이라는 약입니다. 이 약은 또한 체내의 골격근(skeletal muscle)과 지방세포(adipocyte)에서의 당 이용도 증가시킵니다. 이 작용으로도 혈당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단점은 위장장애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량부터 시작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적응되기 때문에, 조금 불편해도 참고 복용해야합니다. 아니 많이 불편해도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체중도 약간 늘어납니다. 또한 이 약은 신장이 많이 나쁠 경우에는 복용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자주 신장에 관한 피검사(creatinine, Cr)를 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만, 의사들이 피검사하라고 하면 무조건 하셔야합니다. 다 이유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알파-글루코시데이즈 억제제(α-glucosidase inhibitor)라는 약이 있습니다. 누에가루가 당에 좋다는 말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이 약이 바로 누에가루성분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뽕나무 잎에 들어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뽕나무 잎으로 차를 다려서 마시는 경우에도 효과 있는 수도 있습니다만, 일부러 그런 것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약의 효과는 강렬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주 약한 당뇨이거나, 다른 약들을 왕창 쓰면서도 조절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에 추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상태는 고려하지 않고 양약 먹으면 나쁘다고 뽕잎만 왕창 먹고 누에가루만 들입다 먹는다고 해결되는 것 아닙니다. 일전에 한번 얘기했지만, 무릎 깊이의 개울에 들어가면서 발목장화는 신어도 소용없습니다. 이 약은 소장에서의 소화작용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합니다. 그 결과 외부로부터의 당의 유입을 지연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심한 경우 방귀가 너무 잦아서 직장생활을 못하겠다고 불만 많은 환자도 봤습니다.
미국 넘들은 아프리카 어느 부족이 어떤 병에 어떤 약초를 쓰더라는 것을 들으면(미리 조사하러 다닙니다) 당장 달려가 수집해서 연구합니다. 혹시 돈 될 것 있나 해서입니다. 그리고 사실로 밝혀지면 바로 약 나옵니다. 누에가루성분의 약도 그렇게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도 약이기 때문에 mg단위로 복용합니다. 그냥 대충 어느 정도 먹으면 된다는 식으로는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쓰는 약재들도 우리는 연구한 바 없을지라도 그넘들은 다 연구합니다. 그리고 엉터리라고 밝혀지면 그 뒤에 무슨 소식 없습니다. 걔네들이 어떤 애들입니까? 이미 20세기 초에 우리나라의 무인도까지 돌아다니면서 이름 모를 식물들까지 다 채집했던 넘들입니다. 미국이 오늘날 이렇게 깡패짓을 할 수 있는 것이 단순히 군사력만 가지고 가능할까요? 그래서 전 미국이 무섭습니다.
예전에 얘기한 적 있습니다만, 약초는 괜찮고 양약은 나쁘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같습니다. 아, 차이가 있군요, 옛날의 가마와 오늘날의 KTX의 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느 것을 탈 것인가 선택은 여러분의 권한입니다.
당 조절에 가장 중요한 인슐린이 아무리 많아도 제 역할 하지 못하면 없는 것과 같습니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고 인슐린은 열심히 일하려고 하지만 몸에서 거부해버려도 대책이 없습니다. 이것을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표현하며(불량품의 인슐린), 대사증후군의 출발점이라는 점도 강조하였습니다.
인슐린은 단위당 하는 일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일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인슐린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해집니다. 그리고 필요한 인슐린의 양을 필요할 때에 맞춰서 인슐린 생산공장에서 내보냅니다. 전자동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인슐린의 능력이 떨어지면 같은 일을 하는데 예전보다 더 많은 양의 인슐린이 필요하게 됩니다.
아무리 많이 필요해도 그보다 더 생산할 수만 있으면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말하자면 신체에서 필요로 하는 요구량이 극히 적을 지라도 그것마저도 만들지 못한다면 당뇨병 걸린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인슐린 생산량의 절대량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요구량보다 많이 만들지 못하면 당뇨 걸린다는 뜻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하여 필요한 인슐린의 요구량이 증가하면 풀가동 해서라도 요구량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풀가동 오래 하면 공장이 서서히 노후해 가면서 총생산 가능량이 줄어듭니다. 췌장에서 인슐린 생산하는 세포인 랑겔한스섬(Langerhans' islet)의 베타세포(beta cell)가 견디지 못하고 "차라리 날 죽여라" 하면서 두손 두발 다 들어버리거든요. 결국 어느 시점이 되면 필요량 다 채우지 못하게 되고 결국 병이 생기는 것이죠.
그러므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면(인슐린의 품질을 올리면) 필요한 인슐린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어도 요구량을 맞출 수가 있다는 뜻입니다. 하여튼 필요량만 채워주면 문제는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약이 있습니다. 티아졸리딘다이온(thiazolidinedione, TZD) 계열의 약이며, 흔히 사용하는 성분으로 피오글리타존(pioglitazone)과 로시글리타존(rosiglitazone)이 있습니다. 이 약은 혈압을 조금 내리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리고 체중이 조금 증가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약의 중요성은 당뇨치료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진성 당뇨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예비 당뇨환자들의 당뇨예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이야말로 모든 대사증후군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것은 의미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좋은 약을 함부로 쓸 수가 없습니다. 비싸기 때문입니다. 하여튼 비싼 약은 처방하기 어렵게 해놓습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싸고 좋은 것 없다고 했습니다. 이 약은 단독 처방할 경우 보험에서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필요 없을지라도 다른 종류의 당뇨약을 같이 써야만 인정해줍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다른 약 하나를 같이 처방합니다. 결국 돈은 더 들어갑니다. 탁상행정의 전형입니다.
더군다나 혈압약과는 달리 당뇨약은 두 가지까지만 보험인정을 해줍니다. 그래서 세 가지 이상을 처방해야 할 경우에는, 두 가지만 보험적용하고 나머지는 일반으로 처방합니다.
이 약 사용할 경우에도 주기적으로 간기능검사 해야 합니다. 사실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데 있어서 앞서 기술한 메트포르민을 같이 쓰면 효과가 조금 상승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같이 처방하는 것에 대한 근거는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당뇨는 아니지만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킬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도 병명코드는 당뇨로 올려야하며, 이 경우 통계에는 당뇨환자로 잡힙니다.
최근에 이 약 사용하는 환자들에게서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현재 이 약을 계속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시장에서 퇴출시킬 것인가에 관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사실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약이기 때문에 아직도 확실한 결정이 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병 고치려다 다른 병 얻어서 그 때문에 사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약을 사용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손해를 넘어설 경우에만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이 약의 경우 아직 그 계산이 확실하게 끝나지 않은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계속 사용하자는 의견입니다. 심근경색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으로 대처하면서 말입니다. 버리기에는 너무 좋은 아까운 약이거든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