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8)
이제 당뇨병의 합병증에 대해서 알아볼 차례입니다. 합병증에는 급성과 만성이 있습니다. 급성합병증 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저혈당성 혼수(hypoglycemic coma)가 있습니다. 혈당이 너무 낮아져서 혼수에 빠지게 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당뇨라는 것이 혈당이 잘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문제인 병인데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특별한 상황에서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상인인 경우 석달 열흘 굶지 않은 이상 저혈당이 오는 법은 없습니다. 못먹어서 혈당이 낮아지면 센서가 이를 감지하고 인슐린과 반대 작용을 하는 혈당 올리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저장창고로부터 당을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당뇨환자의 경우에도 치료하지 않는 경우에는 고혈당이 오면 왔지 저혈당이 생기는 법은 없겠죠.
저혈당이라는 것은 당이 정상보다 낮은 상태를 지칭하므로 당 내리는 작용을 주 임무로 하는 인슐린이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존재할 경우에만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만일 저혈당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약이나 인슐린 주사로 치료 중인 당뇨환자에게서만 발생할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수입이 감소하거나 지출이 증가하면 재정은 마이너스 쪽으로 갑니다. 혈당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급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공급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이 소비해버리면 저혈당이 올 수 있겠죠. 수입의 감소는 원래 먹어야 할 양보다 적게 먹거나 먹지 않은 경우이며, 지출의 증가는 많이 쓰거나(과격한 운동) 창고에 필요 이상 많이 저장해버리는 경우(과도한 인슐린 주입)입니다.
주변 상황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당을 내려버리는 넘이 바로 인슐린입니다. 정상인은 인슐린의 농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습니다. 당뇨환자의 경우에도 치료를 전혀 받고 있지 않다면 혈당이 내려가는 법은 없다고 했습니다. 항상 높아서 문제니까요.
그러므로 오직 외부에서 인슐린을 투여하는 경우나 생산공장 협박해서 더 많이 만들어내게 하는 약들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겠습니다. 필요량 이상의 인슐린이 존재할 때만 저혈당은 발생하니까요. 따라서 인슐린과는 상관없이 당을 조절하는 약들도 저혈당과는 상관없겠죠.
결국 먹은 양은 똑같은데 실수로 인슐린을 더 많이 주입하면 저혈당이 옵니다. 또는 인슐린이나 인슐린 생산을 독려하는 약은 정량을 투여하였지만, 음식섭취를 건너뛰거나 평소보다 적게 먹어도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장염 같은 것이 생겨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슐린투여를 계획대로 해버려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투여량이나 섭취량도 제대로 하였지만 너무 많이 당을 소비해버려도 그럴 수 있습니다. 즉 갑자기 과격한 운동을 하였을 경우입니다. 그래서 인슐린 주사를 맞거나 인슐린의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약을 복용하는 환자인 경우에는 운동을 할 경우 반드시 식후에 하라고 합니다. 식후에는 당이 올라가기 때문에 갑자기 많이 사용해도 저혈당이 발생할 확률이 낮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저혈당에 대비하여 캔디 정도는 준비하라고 하며, 운동량이 많아질 경우 중간에 쥬스 한잔 정도 마시고 하라고 권합니다.
그러므로 환자나 가족들은 환자에게 처방된 방법이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는 방식인지 저혈당과는 관계없는 방식인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성이 있는 방식일 경우에는 그에 대한 대책이나 주의점을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평소에 의사의 지시사항을 잘 따르는 경우에는 이런 일 벌어지지 않습니다. 허락된 정도를 넘어서는 과격한 운동을 하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운동을 어떤 때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를 의사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저혈당의 증상은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식은땀이 나고 공복감도 느낍니다. 사지에 힘이 빠지기도 하고, 손발이 떨리기도 하며, 감각이 마비되기도 하고,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주 심한 경우 혼수에 빠지기도 합니다. 혼수상태까지 간 경우에는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습니다. 대개 환자가 스스로 대처할 수 있을 경우에는 설탕물이나 쥬스를 마시거나 사탕을 먹어도 회복됩니다. 그래서 저혈당의 가능성이 있는 치료방법을 택한 환자의 경우에는 비상용으로 캔디 같은 것을 휴대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문제는 비상금이랍시고 가지고만 있으면 항상 쓸 일이 생기더라는 것입니다.
혼수에 빠졌을 때는 가족들이 설탕물이나 쥬스를 억지로 먹이다가 기도가 막혀서 질식하는 수도 있기 때문에 바로 119에 전화해야 합니다. 그러나 고혈당으로 인한 혼수도 있습니다. 대개 저혈당성 혼수일 경우에는 피부가 창백하며, 고혈당성 혼수일 경우에는 오히려 피부가 붉어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집에 혈당측정기가 있을 경우에는 혈당측정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어느 상황이나 응급상황이며, 응급실에 도착하면 의사들이 알아서 대처합니다.
급성합병증으로 저혈당성 혼수(hypoglycemic coma) 외에도 당뇨병성 케톤산혈증(diabetic ketoacidosis, DKA)과 비케톤성 고삼투압성 혼수(nonketotic hyperosmolar coma, NHC)가 있습니다. 이런 합병증들도 다 이름에 표현된 것처럼 혼수가 옵니다. 고혈당으로 인한 혼수의 경우 집에서 가족들이 응급처치로 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환자가 혼수상태에 빠지면 무조건 119에 전화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부탁합니다. 손 따지 마세요. 전부 다 생명이 위험한 합병증들입니다. 이것 구별하는 가장 무식한 방법이 포도당 투여해봐서 좋아지면 저혈당, 더 나빠지면 고혈당이라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당뇨환자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중 최소한 한사람은 환자의 복약내용을 다 외우고 있어야 합니다. 그 정도 성의는 있어야 합니다. 응급상황 시 환자는 말이 없고, 가족은 무슨 약을 어느 정도 먹는지도 모르고, 응급실 의사는 답답합니다. 처방전 하나 더 받아두면 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환자가족이 환자의 복약사항을 다 알고 있을 정도의 성의가 있는 가족인 경우에 이상하게도 성적이 더 좋습니다. 합병증 발생률도 더 적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실 겁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