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이거나 임의의 시간에 측정한 혈당이 200mg/dl 이상이면 당뇨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공복이란 10시간 정도 굶은 상태를 말하며, 물은 마셔도 상관없습니다. 정상인의 공복혈당은 100mg/dl 이하입니다. 그리고 임의의 시간에 측정한 값도 140mg/dl(160까지는 봐주기도 합니다)을 넘는 법은 없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당뇨병에도 정상과 당뇨 사이에 중간 단계가 있습니다. 이것을 내당능장애(impaired glucose tolerance, IGT)라고 합니다. 그리고 당뇨의 진단은 혈액으로 합니다. 당뇨환자는 거의 대부분 소변에서 당이 나옵니다. 하지만 정상인도 소변에서 당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요당(glycosuria)이 있다고 전부 당뇨병은 아닙니다.
손가락 끝에서 재는 혈당은 식사여부에 따라 변동이 심합니다. 그리고 의사에게 꾸중들을까봐 병원에 오기 3-4일 전부터만 열심히 노력해서, 의사 앞에서 체크하는 수치만 정상으로 보이려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평상시에 혈당이 어느 정도로 유지되고 있었는지를 알아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당화헤모글로빈(HbA1c)이라고 합니다. 혈액 속의 당이 높으면 헤모글로빈(hemoglobin, Hb)이 당에 절어서 당화되는 비율이 증가합니다. 이것은 채혈 시를 기점으로 과거 1-2개월 전부터 2-3개월 전까지의 혈당상태를 반영하는 수치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순간의 혈당보다 더 중요한 수치입니다.
이것은 소수점으로 나옵니다. 예전에는 최소한 7.00% 이하로 유지하라고 했지만, 지금은 6.50% 이하로 유지할 것을 요구합니다. 정상은 그보다 더 낮습니다. 정상까지 내릴 수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검사하는 기계에 따라서 정상값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습니다만, 대개 6.20% 이하입니다. HbA1c의 값이 7.0과 6.5 사이에 무슨 차이냐고 할 수 있습니다만, 은행에서 대출 받을 때의 연이율에 비유하면 감이 잡힐 것입니다. 0.1의 차이도 크다고 봐야합니다.
원래 당뇨가 시작될 때는 식후혈당 증가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므로 공복혈당이 정상이라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식후혈당을 더 중요시해야합니다. 그래서 아직 당뇨는 아니지만 당뇨의 소인이 있거나 고혈압 환자(이 자체도 당뇨의 소인입니다)들은 가끔씩 식후 1시간에서 2시간 사이에 혈당을 재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식후 몇 시간이 지났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160을 넘으면 의사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필요하다면 인슐린의 농도를 측정해보는 것도 의미 있습니다. 인슐린 농도가 높다는 것은 인슐린 저항성이 있다는 뜻이며, 확실한 당뇨로 갈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봐야하기 때문입니다.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검사이지만, 이런 돈 아끼면 안됩니다. 사실은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는 정상이면서 식후혈당만 증가할 때도 완전한 당뇨병입니다.
당뇨병(diabetes mellitus, DM)을 분류하면 1형 당뇨병(type I DM) 또는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insulin-dependent DM, IDDM)과 2형 당뇨병(type II DM) 또는 비인슐린 의존형 당뇨병(non-insulin-dependent DM, NIDDM), 임신성 당뇨(gestational DM)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드문 유형이 조금 더 있지만 모르셔도 됩니다.
임신성 당뇨란 임신기간 중에 없던 당뇨가 생기는 것으로서, 출산 후에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여자들은 나중에 진짜 당뇨가 생길 확률이 높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체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원래 당뇨를 가진 여자가 임신을 한 것과는 다릅니다.
그리고 1형 당뇨병은 대부분 20세 이하에서 발병하며, 2형보다 급격하게 진행되고 병세도 더 중합니다. 췌장(이자)의 인슐린 분비세포가 거의 다 파괴되어버린 경우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외부에서 인슐린 투여해야 합니다. 고혈압에서처럼 2차성(속발성) 당뇨도 있으며, 이것은 2형 당뇨(NIDDM, 원발성)와는 전혀 별개의 병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대사증후군에 속하는 당뇨병은 2형 당뇨병(인슐린 비의존형)입니다.
당뇨도 고혈압처럼 증상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사실 60% 정도에서는 증상이 있습니다. 3다증상이라고 합니다. 다음(polydipsia), 다식(polyphagia) 그리고 다뇨(polyuria)입니다. 많이 마시고, 많이 먹고, 소변 많이 봅니다. 그러면서도 체중은 줄어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단지 사람을 괴롭히는 불편한 증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병원에 갈 필요성을 느끼는 증상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잠시 다른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총이 두 정 있습니다. 하나에는 실탄이 장전되어 있고, 또 다른 총은 빈총입니다. 그리고 방아쇠 당기면 실탄이 장전되어 있는 총에서는 난리가 납니다. 왜 난리가 났습니까? 사람들은 방아쇠를 당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맞는다면 왜 빈총은 방아쇠 당겼어도 얌전합니까?
진짜 이유는 방아쇠를 당긴 것이 아닙니다. 약실에 실탄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탄이 없는 총은 방아쇠 당겼어도 조용했던 것입니다. 이런 경우 진짜 이유는 안에 실탄이 장전되어 있었다는 것이고, 방아쇠 당긴 것은 유발요인일 뿐입니다. 이 유발요인을 의학에서는 방아쇠인자(triggering factor)라고 합니다. 그리고 실탄이 장전되어 있는 상태를 '소인이 있다'라고 표현합니다. 이 소인은 유전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조상 잘못 만난 죄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질병에 대한 소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 질병이 발병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방아쇠의 안전장치를 잠김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항상 안전장치를 점검하는 것입니다. 이 개념은 알러지성 질환(allergic disease)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내당능장애(IGT)부터 보겠습니다. 이것은 지금 곧 치료받아야 하는 당뇨병은 아닙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감시해야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당뇨가 발병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스트레스도 방아쇠인자의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생길지도 모르는 당뇨를 예방하기 위하여 의사가 시키는 것은 이유 불문하고 따라야 합니다.
부모 중 한쪽이 당뇨일 경우 자녀가 당뇨가 될 가능성은 25-30% 정도 됩니다. 양쪽 다 당뇨일 경우에는 75%까지 올라갑니다. 이런 사람들은 혈압이나 이상지혈증이 없어도 당뇨의 소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입니다. 그러므로 방아쇠인자에 해당하는 것들에 대해서 주의해야 합니다. 즉 체중조절하고, 금연하고, 술은 적게 마시고, 운동 열심히 하면서 혈압체크도 자주 해보라는 당부입니다. 하기 싫겠지만.
뱀발)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아직 당뇨가 이닌 사람이 당뇨 생겼는지 알아보고 싶으면 식후혈당을 체크해야 합니다. 공복혈당 정상이라고 좋아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