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는 여러 가지 센서가 있으며, 현존하는 어떤 기계보다도 더 정교합니다. 몇 억 년 이상을 진화해오면서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조절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고장 났는데 지금 우리의 말도 안 되는 기술수준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입니다. 완전할 수는 없지만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혈액 속에는 일정량의 당이 있으며 이것이 우리 몸이 활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원입니다. 그리고 혈당을 조절한다는 것은 에너지원인 당이 혈액 속에 알맞은 수준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너무 높아서도 안 되고, 너무 낮아서도 안 된다는 뜻입니다. 혈당을 높이는 방법은 외부에서 공급하거나(음식섭취), 몸속의 저장창고로부터 공급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혈당을 낮추는 방법은 사용하거나(운동이나 살아가기 위하여 소비하는 것), 적게 들어오게 하거나(식사조절), 저장창고로부터의 공급을 줄이는 것입니다.
사용량보다 더 많은 양이 외부로부터 공급되면 남는 양은 저장창고에 보관합니다. 그리고 공급량을 초과하여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저장창고에서 필요한 만큼 공급해줍니다. 이것을 조절하는 것이 호르몬입니다. 고혈당이란 사용하고 남은 경우에 창고로 보내지 않고 방치한 결과 혈액 속에 당이 올라가 있는 상태라는 것은 이해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남은 양을 처리해서 혈당을 정상상태로 유지시키는 호르몬이 인슐린이기 때문에(인슐린의 역할은 이외에도 더 있습니다) 인슐린이 부족하면 당뇨병이 된다는 것도 이해되실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병 중에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먹을 것 맘대로 먹지 못하게 하는 병일 것입니다. 일단 당뇨 진단을 받으면 음식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식사량 줄이라고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목표체중을 정하고 그에 따라 식사량이 정해집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관해서는 설명 몇 번 듣는 것으로 다 알기 어렵습니다. 책 보고 공부해야 하며, 환자가 공부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가족이 대신 해야 합니다.
운동은 필수이기 때문에 거론하지 않습니다만, 가장 좋은 운동은 걷는 것입니다. 산책 말고 조금 빠르게 걷는 운동입니다. 등에서 땀이 조금 날 정도 또는 숨이 조금 찰 정도의 속도를 말합니다. 더 과격한 운동은 의사의 지시에 따라 하면 됩니다. 혼자서 잘난 척 하면 큰일 나는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운동하라고 하면 산에 열심히 다닌다고 말합니다. 등산은 운동이 아닙니다. 노동입니다. 그렇다고 등산 하지마라는 뜻은 아니구요. 금연 금주도 필수입니다. 술 담배 하면서 당뇨 조절할 생각은 아예 꿈도 꾸면 안 됩니다.
아주 아주 약한 당뇨인 경우 생활습관의 개선(life style modification)만으로도 정상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조절 가능한 환자들의 비율은 적습니다. 괜히 옆 사람만 보고 의사의 의견 무시하다가 낭패 보는 사람들 많습니다. 금주, 금연 식사조절, 운동 등을 기본전제로 하고 또 약 이야기 나옵니다. 식사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서술하겠습니다.
같은 이야기 자꾸 반복합니다만, 당뇨라는 것은 인슐린의 요구량에 비해서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원인이므로 공급량을 늘리거나 요구량을 줄이면 됩니다. 공급량은 늘리는 방법은 외부에서 인슐린 투여(인슐린 주사, 먹는 약이 아님)하거나 몸 속에서 더 만들어내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 요구량을 줄인다는 것은 당이 더 많이 흡수되거나 분비되는 것을 막는 것이구요. 또 있군요. 같은 양으로도 일 더 많이 할 수 있게끔 기존에 존재하는 인슐린의 능력을 올리는 방법 말입니다. 바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
그러므로 당뇨약은 인슐린 생산공장을 독려해서 더 많이 생산하도록 하는 약, 불량품 인슐린의 품질을 개선시키는 약(엄밀히 말하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약), 인슐린과는 상관 없이 저장창고에서 당의 배출을 억제시키는 약, 아예 소화작용을 지연시켜서 외부에서의 당의 공급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 약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인슐린 생산공장은 이자(췌장)이므로 인슐린 생산을 독려하는 약은 이자에 작용할 것입니다. 소화작용을 지연시키는 약은 소장에 작용할 거구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약의 주 활동무대는 당연히 인슐린이 주로 일하는 곳이겠습니다. 온 몸이란 뜻입니다.
넘치는 혈당 임시로 저장하는 곳은 간입니다. 간의 창고가 다 차면 여분의 당은 근육에도 저장하지만, 주로 지방으로 바꿔서 지방세포에 저장합니다. 기름기 근처에도 안 가는 사람도 배에 살이 디룩디룩 찌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혈액 속의 당이 부족하면 저장되었던 당이 간으로부터 방출됩니다. 당의 배출을 저해하는 약은 당연히 간에 작용하겠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