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인슐린 생산공장에 압력을 가해서 더 많이 생산하도록 독려하는 작용을 하는 약을 살펴볼 차례입니다만, 그 전에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시중에 이상한 약 팔아먹으려는 속셈 가진 넘들이 유포하는 소문이 있습니다. 당뇨약 먹으면 췌장 망가지니까 그런 거 먹지말라고. 대신 지가 선전하는 약 사먹으라고. 문제는 이런 약 장수들 말 진짜로 믿는 무식한 놈들이 많다는 것이죠.
이제는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필요한 인슐린의 양도 따라서 증가한다는 것 정도는 아실 겁니다. 필요한 인슐린의 양을 최대한 맞추기 위하여 인슐린 생산공장인 췌장이 풀가동한다는 것까지도요. 췌장에서 인슐린 만드는 단위세포는 랑게르한스 섬(Langerhans' islet)에 있는 베타세포(beta-cell)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풀가동에 지친 이 베타세포들이 하나둘 씩 죽어갑니다. 결과는 총생산량의 감소입니다. 필요한 양은 점점 늘어나는데 말입니다. 당뇨가 점점 심해진다는 뜻이죠.
풀가동한다는 것은 할 수 있는 최대를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거기에 뭣을 더 독려한다고 하더라도 더 나올 것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겠죠. 하지만 손으로 짤 수 있는 만큼 짜고 나서도 다시 탈수기에 집어넣으면 물 상당히 나온다는 거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가짜 약장수들 말이 틀린 것도 아닙니다. 췌장 더 빨리 문 닫는다는 거 말입니다.
당뇨 치료여부와 관계없이 췌장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서 문 닫게 되어 있습니다. 죽어나가는 인슐린 생산세포가 늘어나면서 언젠가는 살아 남아있는 넘들이 없게 될 날이 올 테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세포들을 더 쥐어짜면 그만큼 빨리 문 닫는다는 말도 맞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약 쓰지 않으면 췌장이 문 닫기 전에 환자가 먼저 골로 갑니다.
하여간 이런 종류의 약에는 췌장에 압력 넣는 방법에 따라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그 작용시간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더 빨리 효과를 나타내며 작용지속시간도 그만큼 짧은 약으로는 메글리티나이드(meglitinide) 계열의 레파글리나이드(repaglinide)와 나테글리나이드(nateglinide)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약은 반드시 식전에 복용해야 합니다. 식후에 복용할 경우 약효가 거의 없다고도 할 정도로 줄어듭니다. 좀더 늦게 작용을 나타내며 작용시간도 더 긴 약으로 설포닐유리아(sulfonyluria) 계열의 약이 있으며, 종류는 매우 많습니다. 대표적인 약의 성분이 아마 글리메피리드(glimepirid)일 겁니다. 이 약도 식전에 복용해야 하나, 식후에 복용해도 약효가 크게 저하하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주기적으로 피검사 해야합니다.
이러한 여러 종류의 당뇨약은 혈액 속의 기름기에 대해서도 각각 미치는 영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혈압약처럼 '다제요법'을 시행할 경우에는 효과가 더 좋습니다. 그러므로 당뇨약도 혈압약처럼 보험적용의 제한을 푸는 것은 꼭 실현되어야합니다.
세상에 나와있는 약이란 약은 다 동원해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마지막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습니다. 현실에서는 이렇듯 인슐린 주사가 최후의 선택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사실 첨부터 인슐린 주사 맞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부족한 것은 다름 아닌 인슐린입니다. 그 부족하지만 꼭 필요한 것을 밖에서 직접 공급해주는 방법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라는 거 의사들은 다 압니다. 인슐린을 직접 외부에서 공급함으로써 췌장의 부담을 덜어주니까 췌장도 쉴 수 있으며, 그 결과 췌장이 문 닫는 시간도 연장됩니다. 문제는 환자들이 거부한다는 것이죠. 스스로 그것도 매일 주사맞아야 하거든요. 사실 매일 주사맞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식사와 운동 등 생활요법만으로 조절에 실패하여 약이라는 것의 도움의 받아야 하는 당뇨환자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첨부터 인슐린 주사 맞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것이 시행되지 못하는 이유는 의사들이 그거 몰라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무식한 환자들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의사인 나라입니다. 무식한 것들이 의사 앞에서 잘난 척 하는데 제대로 알기나 하면서 그러면 봐주기라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자기는 아직 인슐린 주사까지 맞을 단계는 아니라도 합니다. 또한 자신의 병이 그 정도로 진행되었다고는 인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게 병이 많이 진행되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아무리 역설해도 인슐린은 최후에 선택하는 치료법이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으로 봤냐고 또 따지죠. 따르고 싶은데 스스로 주사맞아야 하는 것이 겁나서 망설여진다는 환자는 이쁘기라도 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