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완제(muscle relaxant)라는 약이 있습니다. 수축된 근육을 풀어주는데 효과 있겠죠. 그러므로 그 약 복용하면 될 것이구요. 그런데 이 약이라는 녀석은 생각할 줄 모르는 놈입니다. 해당 근육만 찾아서 풀어주면 좋을 텐데, 그런 거 구별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모든 근육 다 풀어버리면 사람이 오징어처럼 축 처집니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서는 근육이완제 복용하면 기운이 없어서 아무 것도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습니다. 약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요. 그래서 이 방법도 아주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이왕 말 나온 김에 약물치료에 대해 잔소리 좀 더 하고 가겠습니다. 근육이 수축하는 경우 그 결정 근육이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일망정 우리 몸의 모든 상황은 뇌의 지배를 받습니다. 근육보고 수축하라 하지마라 하는 것도 뇌가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근육이 수축할 경우에도 그 결정은 뇌가 하는 것이고 근육은 단지 뇌의 결정에 따른 명령을 수행하는 것뿐입니다.
생물시간에 배운 기억 있으시겠지만, 반사행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척추반사라고 기억 나시겠습니다만, 아주 급한 상황에서 뇌에 보고하고 처분 기다릴 여유가 없을 경우 선조치 후보고하는 경우를 반사라고 합니다. 물론 반사에는 척추반사 외에도 많은 반사작용들이 있구요. 사람을 체포하기 위해서는 영장이라는 것을 먼저 받아서 집행해야 하지만 현행법인 경우 그거 받을 시간 없기 때문에 일단 잡은 후에 영장 신청하고 그에 따른 처분 기다리는 것과 같습니다.
신경이라는 것은 뇌와 근육을 포함한 말초기관과의 케뮤니케이션 통로입니다. 그러므로 신경도 말초기관에서 뇌로 상황을 보고하는 신경과 뇌의 명령이 말초로 내려가는 신경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전자를 감각신경(sensory nerve), 후자를 운동신경(motor nerve)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체성신경(somatic nerve)에 해당되는 이야기이고, 자율신경(autonomic nerve)이라고 또 다른 신경도 있습니다. 자율신경이란 한마디로 뇌로부터 일정한 자치권을 이양받아서 한정된 범위 내에서나마 스스로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그런 신경입니다.
아무튼 뇌로부터 근육 수축에 관한 명령이 해당 근육으로 전달되어야만 그 근육은 수축합니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미 예상하셨겠습니다만, 뇌로부터의 명령을 중간에서 커트 해버리는 것도 근육 수축을 막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방법도 약입니다. 신경의 전달을 방해하는 약이죠. 바로 간질약입니다.
간질(epilesy)이란 말이 나와서 얘기하는 건데요, 간질을 간단히 설명하면 뇌에서 필요없는 명령을 근육에 계속해서 내려보내는 병입니다. 전신 근육을 계속해서 수축하게끔 명령하면 전신이 뻣뻣하게 굳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우측 팔을 계속해서 수축했다 풀었다 또 수축했다 풀었다 하게끔 명령하면 그 팔을 한없이 접었다 폈다 합니다. 그래서 간질 약 중에서 신경전달을 방해하는 종류의 약이 있고, 그 약을 근육 수축으로 인한 통증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뇌에서 근육을 수축하게 할 때에 수축 강도 또한 다릅니다. 그것도 물론 뇌에서 결정하겠죠. 간질의 경우보다 요통에서는 수축 강도가 훨씬 덜합니다. 근육통 환자에게 간질약을 쓰는 경우 간질 환자보다는 저용량을 쓰는 이유입니다. 이거 처방해주면 약국에 가서 물어보는 환자들 있습니다. 무슨 약이냐고. 그러고는 눈이 벌개져서 다시 병원으로 옵니다. 자기가 간질 환자냐고 따지러 오는 거죠. 마찬가지로 편두통 약 처방해줬더니 약사가 혈압약이라고 하더라면서 따지러 오는 환자들 경험해보지 않은 의사들 없습니다. 원리를 모르는 약사들에게 물어본 환자들 잘못입니다.
테그레톨(Tegretol)이란 약인데, 성분은 카바마제핀(carbamazepine)입니다. 이 약의 단점은 예민한 사람의 경우 졸리고 몽롱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과 많은 사람들에게서 속쓰림의 증상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속쓰린 거야 그에 대한 약(위염이나 위궤양 때 처방하는 약)을 같이 복용하면 해결되고, 몽롱한 경우에는 용량을 더 줄이면 대개 괜찮아 집니다. 효과도 같이 줄어든다는 단점은 있지만.
다음에 나올지 안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근육이 뭉쳤다고 하는 소위 말하는 '담'이라는 것이 들었을 때에도 근육이완제와 함께 처방하면 효과는 상당히 괜찮은 약입니다. 앞에서 말한 부작용만 없다면요. 그렇다고 뇌에게 쓸데없는 명령 함부로 내리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좀 험한 약을 간질환자도 아닌 사람에게 쓰기는 좀 그렇죠. 그래서 다른 간질약까지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여튼 우리의 주 관심사는 요통 환자의 통증 조절을 위해서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것이 과연 현명한 방법인가 하는 점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