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만성합병증으로 눈, 신경, 콩팥에 발생하는 합병증을 들 수 있습니다. 당뇨병성 안병증(diabetic retinopathy), 당뇨병성 신경병증(diabetic neuropathy) 그리고 당뇨병성 신장병증(diabetic nephropathy)이라고 합니다. 당뇨족(diabetic foot)은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눈에는 망막(retina)이 있습니다. 이것은 사진기의 필름에 해당되는 것이며, 안구의 뒤쪽 내면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당뇨조절이 불량할 경우 망막의 혈관이 손상됩니다. 그 결과 혈관을 다시 만들기 시작하는데, 이게 부실공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신생혈관에서 자꾸 출혈이 됩니다. 사진필름에 이물질이 여기 저기 묻어있으면 사진이 제대로 나오겠습니까? 하지만 당뇨로 인한 망막손상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잘 모릅니다.
좌우지간 당뇨병성 안질환인 망막증은 망막의 바깥부터 야금야금 먹어 들어갑니다. 그런데 시력을 유지하는데는 망막 중심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망막의 중심부(황반부)가 영향을 받지 않는 한 시력의 유지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드디어 망막의 중심부위까지 영향을 받으면 시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잘 안 보인다고 생각할 때는 이미 늦습니다.
그래서 당뇨진단 받으면 즉시 안과검진도 같이 받아야 합니다. 안과검진은 특별한 합병증이 없는 한 1년에 2번 정도 하면 됩니다. 안과에서 당뇨 때문에 왔다고 하면 안과의사는 다 알아듣고 필요한 검사 해줍니다. 그 다음부터는 안과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내과와는 별도로 다녀야 합니다. 백내장(cataract)도 당뇨환자에서는 비당뇨보다 더 잘 발생합니다. 당뇨성 망막증은 40세 이후에 오는 실명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혈압이 높다는 자체도 망막의 혈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고혈압이 동반된 경우에는 더욱 주의를 요합니다.
대사증후군에 해당되는 질환들은 모두 결국 혈관을 망가뜨림으로써 이러한 일들을 벌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당뇨의 만성합병증인 눈, 신경, 콩팥 등도 혈관의 장애로 인한 혈액순환의 장애로 발생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음 합병증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얘기할 것이 있습니다. 당뇨조절이 불량한 경우 상처치유도 지연됩니다. 어차피 상처의 회복도 혈류를 통한 영양분과 산소의 공급이 중요하다면, 이해 못할 것도 없습니다. 살다보면 다쳐서 피가 날 수도 있고 또 내버려둬도 잘 낫지만, 당뇨환자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조그만 상처도 우습게 보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당뇨가 조절되지 않는 상태로 장시간 지속되면 신경이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밤마다 팔다리 주무르라고 가족들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약 1-2년 정도 지나면 괜찮아집니다. 신경이 다 망가지면 더 이상 아플 신경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감각도 저하됩니다. 뜨거운 것에 닿아도 뜨거운 줄 모르고, 뾰족한 것에 찔려도 아픈 줄을 모릅니다. 그래서 몸에 상처가 나도 잘 모르죠. 당뇨족(diabetic foot)도 이런 이유로 생길 수 있습니다.
신경이 감각과 지각만 담당하는 것은 아니죠. 여러 가지 운동장애도 생길 수 있으며, 내장기관을 담당하는 자율신경도 영향 받습니다. 소화작용, 배설작용 등에 지장이 옵니다. 만성 설사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저귀를 착용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으며, 남자의 경우 '비아그라'뿐만 아니라 '일라그라', '막스그라', '버티그라', '오래가그라', '죽지말그라' 등등 별것 다 바가지로 부어도 기능이 시원찮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구박받기 시작합니다. 다른 것 아무리 경고해도 무시하던 환자들 이 부분 걸고넘어지면 말 듣는 경우도 있기에 답답한 심정으로 적어봅니다.
당뇨병성 신경증이 발생하면 감각의 저하로 인하여 상처를 입었을 때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다친 줄을 모릅니다. 제일 문제가 되는 부분이 양말 속에 감춰진 발입니다. 더구나 상처치유도 지연되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커집니다. 발가락에 입은 사소한 상처 무시했다가 짧은 시간 내에 병변이 중해지면서 심하면 괴사(necrosis)되어 갑니다. 결국 발을 절단(amputation)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당뇨환자들은 저녁마다 발을 검사해야 합니다. 다친 데는 없나 세심히 관찰해야 하며, 발톱도 깊이 자르는 것은 절대로 안 됩니다. 목욕탕에서도 슬리퍼 같은 것 신으라고 합니다. 발가락만 절단하는 경우는 그래도 양반에 속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제 그 유명한 당뇨병성 신병증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콩팥이 망가져서 신부전(renal failure)이 온다는 뜻입니다. 콩팥의 기능 중 제일 중요한 것은 노폐물을 걸려서 소변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일을 수행하는 기본 단위는 사구체(glomerulus)입니다. 이 사구체는 미세한 혈관덩어리입니다. 그러므로 사구체가 침범 당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결국 투석을 받거나, 신장이식수술을 받아야 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신장이식수술의 대상인 만성신부전 환자(chronic renal failure, CRF)의 60% 정도가 당뇨조절에 실패한 환자들이라는 것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사람이 양 눈이 멀고, 양 다리 절단해도 죽지 않습니다. 당뇨병은 콩팥 때문에 죽는 병입니다. 살려면 가족들 중에서 한 사람 골라 콩팥 꺼내야 합니다.
당뇨의 만성합병증은 당뇨발병 후 일정기간이 지난 다음에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 중년 이후가 많습니다(짧은 시간 안에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기 살겠다고 자식 몸에 칼 대고 싶습니까? 부모가 자식에게 콩팥 주는 법은 있어도, 달라고 하는 법은 없습니다. 자신을 위해서 조절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자식들을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열 가지 혜택 주는 것보다 한 가지 부담 주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뒷감당은 모두 자식들의 몫입니다. 알면서도 그 순간 술 마시고 싶어서, 그 순간 맛있는 것 좀더 먹고 싶어서, 그 순간 담배 한 대 생각나서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부모가 아닙니다. 자식들의 행복을 짓밟고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범죄자입니다.
인간의 행복 중에 하나가 죽을 때 고통 없이 깨끗하게 그리고 가족들 괴롭히지 않고 죽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당뇨환자는 간경화환자만큼이나 아주 더럽게, 아주 고통스럽게 그리고 남아있는 가족들 거지 만들어놓고 죽습니다. 죽을 사람은 죽더라도 살 사람이라도 살아야 합니다. 그 순간의 쾌락이 자식들의 행복보다 더 중요한 당뇨환자들이 가족들 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지금 당장 죽는 것입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일찍 죽으라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식 걸고 들어가면 의외로 효과가 좋기에 적어보는 겁니다.
순전히 당뇨병에서만 바라보면 급성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국 콩팥 때문에 사망합니다. 하지만 당뇨환자는 대부분 고혈압이나 이상지혈증도 동반하고 있습니다. 당뇨조절 하지 않는 환자들이 고혈압이라고 조절할 리는 없습니다. 그래서 당뇨환자 쪽에서 바라보면 사망의 제1 원인은 고혈압성 심장병입니다. 콩팥 때문에 죽기 전에 심장병으로 더 먼저 죽는다는 뜻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