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빈혈 (1)

DS2PZF 2008. 4. 10. 08:51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은 우리 몸의 세포가 살아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세포가 생존하는데 필요한 것은 에너지입니다. 담배 피우고 싶은데 담배가 없는 것보다 더 성질나는 것이 무엇인 줄 아십니까? 담배는 있는데 불이 없다는 것입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영양소를 태워야하는데(연소), 그러기 위해서는 산소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산소가 부족하면 영양소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불이 없으면 담배는 있어봐야 소용없습니다). 에너지를 얻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양소 못지않게 산소도 중요합니다. 영양소는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섭취할 필요는 없지만, 산소는 저장할 수 없으므로 호흡은 잠시도 멈추어서는 안됩니다(동물 중에는 예외적인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두 가지 모두 혈액을 통해서 필요한 장소로 공급됩니다. 그러므로 대사증후군에서 얘기했지만, 어떠한 이유로든 피가 통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에너지소모가 증가하는 상황이 되면 산소도 그만큼 많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산소는 호흡을 통하여 섭취하여 혈액을 통하여 공급됩니다. 혈액은 심장의 박동에 의하여 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힘든 일을 하거나 운동을 할 때 호흡이 빨라지고 심장이 빨리 뛰게 되는 것입니다. 더 많은 산소를 취해서 더 빨리 보내주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필요량을 다 채우지 못하면 숨 차는 증상이 생깁니다. 즉 숨이 차다는 것은 필요한 산소량을 다 공급받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부족한 산소량을 채우기 위하여 호흡이 더 가빠지는 것이죠. 심부전이나 복수가 동반된 간경화의 경우에 숨 차는 것도 결국은 혈류순환의 장애로 인한 산소공급의 저하가 근본원인입니다. 이 경우 폐에서 산소섭취의 장애도 있지만, 그것까지는 모르셔도 됩니다.

인슐린이든 산소든 아무리 많이 필요해도 그 이상 공급할 수만 있으면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습니다. 즉 문제의 원인은 필요량과 공급량의 차이이며, 그 차이가 클수록 증상은 더 심해집니다. 그래서 그 차이가 적은 초기에는 불편한 증상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나중에 기술할 증상들이 병이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나타나지 않는다기보다는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뜻이겠지요.

혈액이 산소를 운반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액체 속에 산소가 녹는 정도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핏속의 국물에 용해되는 정도의 산소량으로 필요량을 다 공급하기에는 택도 없습니다. 우리 몸에 피가 유조차 한 트럭 정도 있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특별한 산소운반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즉 산소를 따로 왕창 싣고 다니면서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전달해주는 시스템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 시스템은 혈액 속에 있습니다.

핏속의 건더기 중에는 적혈구(red blood cell, RBC, erythrocyte)라는 것이 있으며, 이 적혈구(붉은피톨) 내에는 혈색소(hemoglobin, Hb)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혈색소가 바로 특별한 산소운반시스템입니다. 어떠한 이유로든지 이 산소운반시스템에 문제가 생겨서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는 상태를 빈혈(anemia)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빈혈이란 운송수단에 문제가 생겨서 물자(산소)를 공급받는데 지장이 있는 것이며, 심부전이나 복수가 동반된 간경화의 경우에는 운송수단은 이상 없는데 도로상황(혈액순환)의 문제 때문에 물자공급을 받기 어려운 상태로 보시면 될 것입니다. 간에 관해서는 다음에 써야할 것 같습니다. 그거 쓰라고 갈구는 사람이 있어서요. 그때 더 자세한 이야기가 나오겠지요.

혈색소(헤모글로빈)는 적혈구에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혈색소에는 이상이 없을지라도 적혈구가 부족하면 마찬가지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적혈구를 트럭으로 혈색소를 적재함으로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트럭의 수가 감소하거나 같은 수의 트럭일지라도 적재함 크기가 작아지면 물자수송에 지장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그러므로 빈혈이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적혈구 수가 감소하거나 혈색소량(헤모글로빈 수치)이 감소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물론 둘 다 겹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적혈구 수보다는 혈색소의 저하가 더 많은 원인을 차지합니다.

헤모글로빈(혈색소)은 산소를 필요한 곳으로 운반해주는 운송수단입니다. 그리고 헤모글로빈 속에는 철(Fe)이 있습니다. 철은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중요한 성분입니다. 그래서 철이 부족하면 헤모글로빈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므로, 산소가 넘쳐나도 필요한 곳으로 운반하는데 지장을 받게 됩니다. 구호품이 쌓여있어도 운송수단에 문제가 있으면 충분히 운송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철분이 부족하면 헤모글로빈을 제대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헤모글로빈 수치가 저하됩니다. 그래서 빈혈의 정도는 헤모글로빈 수치로 평가합니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남자가 여자보다 조금 더 많습니다.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서 필요한 에너지를 제대로 얻지 못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들이 바로 빈혈의 증상이라고 보셔도 될 것입니다. 에너지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 기운 없고 쉽게 피곤해집니다. 때 돼서도 밥 먹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 즉 빈혈의 주 증상은 기운 없고 피곤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증상은 일어나서 활동하게 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심해집니다. 그래서 오전보다 오후, 저녁으로 갈수록 점점 힘들어집니다. 심한 경우에는 자기 전쯤 되면 완전 파김치가 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빈혈이 생기면 어지럽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지러움은 빈혈과 관계없습니다. 그래서 '어지러우면 빈혈'이란 말이 잘못 알려진 대표적인 의학상식 중의 하나라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아주 심할 경우에는 어지러움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빈혈환자들은 산소운반시스템이 부실하므로 숨 차는 증상이 자주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운동하거나 언덕길 올라가는 등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져야할 때 더욱 그럴 것이라는 것은 이해하실 겁니다. 부족한 산소를 조금이라도 더 보내주는 방법으로는 그만큼 피가 많이 가면 됩니다. 황새가 한 걸음 걸을 때 뱁새는 열 걸음 걸어야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심박수도 빨라집니다. 두통도 흔한 증상 중의 하나입니다. 두통이 생기는 원인은 나중에 기술하겠습니다.

모든 병이 다 그렇듯이 빈혈도 1차성과 2차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2차성이란 다른 병으로 인해서 빈혈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빈혈은 원인이 되는 병에 대한 하나의 증상), 그 원인이 되는 병을 치료하면 빈혈도 없어지겠습니다. 1차성이란 빈혈 그 자체가 병이며, 일반인들이 알기로는 철분이 부족하면 빈혈이 온다고 알고 있습니다. 1차성 빈혈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철분결핍성 빈혈(iron deficiency anemia, IDA)은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철결핍성 빈혈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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